
간송에 다녀왔다. 이번은 도석화전. 저번 국박에서 1시간 꼬박 기다려 30초 몽유도원도를 보고 왔다면, 오늘 간송은 마음만 먹으면 한 시간 동안 작품 독점할 수 있을 정도로 여유가 있었던 관람. 누가 보면 미술관 순례 다니는 문화인으로 알지도 모르겠으나 현실은 예술 개뿔도 모르는 쭉정이요, 백지상태입니다. 벗뜨 이 백지의 상태와, 간송은 그림 옆에 작가의 이름과 작품명을 써있는게 끝이기 때문에 작품 뚫어지게 감상하며 '나의 감상'을 할 수 있다. 고 생각해야지. 나름 작년 교양에서 한국의 회화에 대해 발표를 하면서 책 몇 권 날림으로 읽은 것과 단원혜원의 다큐프라임을 감상했던 습자지 지식으로 나름 구조와 상징을 찾아가며 감상했답니다. 게다가 혜원의 작품 6점을 실컨 구경하고 와서 만족스러웠던 관람. 아름다워요. 그 날렵함과 화려함.
걷고 또 걸어, 추격자가 튀어나올 것만 같은 무서운 골목길을 지나 심우장도 찍고 왔다. 길0상사와 수연0산방도 언젠가 찍고 올 날이 있겠지. 성북동은 부촌이라 역시 좀 알러지가 있어서.
간만에 영풍을 갔다. 간만도 아닌가? 그래봤자 한 달정도일텐데. 책의 배치가 싹 바꼈더군. 만화책이 메인코너에 있어서 잡지를 볼 수가 없음에도 영풍을 선호했었는데 이젠 메리트가 사라졌어. 쭈구리코너로 짜게 식은 만화들. 일서와 만화, 건담, 모형같은게 메인 코너에 있어서 더쿠들을 공략하는 컨셉이라고 생각했었는데 윗사람이 바꼈나. 일서코너도 완전 구석으로 밀렸던데. 여튼 책을 구경하면서 드라마 작가를 둘씩 비교해서 작가론을 말하는 그 책 꽤 흥미 있게 읽었고, (드덕질을 하려면 나도 저렇게 해야지) 미술 코너에선 미소년 스케치 어쩌구라는 식의 제목을 보고 오호라, 나도 미소년 잘 그리고 싶엉, 하면서 책을 펼쳤더니 남자 둘이 팬티만 입고 이 자세, 그 자세, 저 자세, 요 자세로 딱 붙어있는 컷들을 보고 '엄마야 이거 뭐야 무서워'. 홈오질용 그림공부라고 하셔야죠 왜 미소년이라고 해서 저 같은 순진한 중생을 낚이시나이까. 전 정말 혼자 있는 미소년을 그리고 싶었다구요.
아침에 중학교 동창에게 메일이 왔다. 요즘 들어 끊겼던 (구)친들과 연락이 살아나네, 하면서 얘네들이 결혼할 때가 되었나, 싶은 생각도 들었고. 지난주에 만난 S는 나에게, 넌 중학교 땐 개싸개지였는데 지금 인간된 거, 라는 말을 해서 나도 인정을 한 적이 있었다. 그래서 그런지 중학교 동창이 나를 찾으면서, 같이 만난 친구들도 나를 찾았다는 소식에 반가움 반 의아함 반. 내 생각만큼 개투터년은 아니었나? 생각해보면 중학교 땐 9급 자폐인이나 다름없었다. 누가 내 물건을 건드는 것도 무진장 싫어하고 나도 남의 것은 절대 건드리지 않았으니까. 벽을 잔뜩 쌓아놓고는 독설가에 깐죽이에 파이터에, 그러니까 사회성이 좀 부족했던 또라이여자사람이었다. 이 사회성 부족은 고등학교 때도 계속되었다가 이러저러한 일로 저는 예의와 가식을 아는 무난한 인간이 되었다능. 저는 성악설의 인간인가 봅니다. 허나 사람은 앞으로 나아가기만 하지는 않는다. 그렇다면 할배할매들은 다 성인이게? 어느 순간 정점을 맞이하고는 다시 하강. 그리곤 어느 지점에서 그 인간은 정립이 되는 거. 나 지금 무슨 개똥철학하는거니. 으이그 빙신 은톨이 또라이.
집에 오는 길에 캔터키 할배네서 치즈핫징거버거를 3500원을 주고 구입했다. 메가맥의 후유증은 이제 벗어나서 다시 벅더쿠의 길로 귀환. 책상에 앉아서 우걱우걱 먹는데 이거 닭이 통으로 들어있다보니 사이즈가 꽤 커서 스스로가 너무 추한 꼴이라 예의 차리는 사람하고는 먹으면 안 되겠다고 잠깐 생각을 하였으나 예의를 차리는 인간하고 햄버거를 뜯을 일이 과연 있나. 차라리 김천에 라볶이 야무지게 포크로 돌돌 말아서 처먹는게 낫겠지. 아, 버거는 무난했다. 근데 어젠 한솥 칠리포크를 3200원 주고 먹었는데 달랑 버거 하나에 3500언이라니. 옆의 그릴 어쩌구는 단품이 오천냥이던데. 벅은 그냥 런치타임에 가서 빅맥이나 뜯고 오는 게 진리.
외출을 하고는 이어폰을 꼽고 볼륨업을 해서는 세상과 단절되어 창밖 풍경이 아닌 내면 풍경이나 실컷 감상하고는 스스로를 반성 반성 또 반성. 근데 노트북만 잡으면 또 이렇게 병림픽 열전이요. 또라이 같으니라구.
화장품 트러블이 난 건지 피부가 개떡 청춘소녀의 꼬라지라 패치를 사와서 덕지덕지 붙였다. 난 이게 변비때문인 줄 알고 메치니코프 쪽쪽 빨면서 화장실이나 달려갔었는데 이게 문제가 아닌 거 같다. 양배추도 사왔다. 고운피부로 돌아가고 싶다. 피부마저 소보루빵이면 내 인생이 너무 우울하잖아.
엠피에 가요폴더만 돌렸는데 610곡 한바퀴를 다 돌은 듯 했다. 뭐 스킵 500개만 했겠지만. 1년 반 동안 같은 노래만 듣고 있으려니 귓구녕도 지겹다 지겨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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