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아타기는 귀찮고, 제기역에서 걸어서 15분이라기에 그냥 이걸 선택했는데 왠걸. 못찾아서 뱅뱅 돌다가 한 시간을 걸었다. 더워서 숨질 뻔. 쭈쭈바라도 빨고 싶어서 헥헥거려도 편의점는 커녕 점점 으슥해지길래 이거 뭔가 요상한데? 역시나 반대 '청계천' 쪽으로 걸어가고 있었네. 경동시장을 등지고, 홈+를 지나 저 다리를 건너서 우측으로. 그러니까 청계천 중심을 향하는 쪽에 있었음.
건물자체가 특이하게, 그러니까 내 예상보다도 훨 '화려하게' 지어놔서 쉽게 찾을 듯. 이렇게나 전시관 규모가 컸다니. 알 수 없는 찜찜함의 시작.
전 이것을 보러 왔슴미다. 청계천의, 정권의 나팔수를 하러 온 것이 절대 아니람미다...
3층부터 시작하는, 밑으로 내려오는 관람 동선.
옆 청계천가에 옛스러운 상가가 있어서 한 컷. 문화관 건물 과연 새삥하더라. 사람도 거의 없고. 직원들 편하겠다 싶었음. 아님 뭐 죄송하구요. 부러워서요....흑..
내부와 전시물은 대충 이렇습니다. 복원 전 지하 모습인가 뭔가 해서 저런 체험공간도 있었구요. 사진을 찍었더니 앞에 거울이 있어서 인증하는 꼴이라 느낌표출동. 조선시대부터의 문서와 수표 모형, 저런 인형들의 풍경 재현위주로 전시품이 있었습니다.
내부에서 바라본 외부의 풍경. 남산타워가 보이네요. 전시를 보고 청계천을 거닐다가 저 쌍둥이건물을 지나쳤는데 나름 특이했지만, 이질적인. 그야말로 서울의 현 모습이 생각났다. 요즘 집에서도 남산쪽을 쳐다보면 높은 건물 두개가 솟고 있어서 시야를 막던데 참 높은 건물들 많-이 생긴다. 계-속 이러겠지. 당분간은...
뭐 그 공간에 들어가면 자동으로 영상 쏴주는 곳도 있었고 (너무 찬양질이라 마치 이십세기소년 만박에 온 거 같았어요) 저 기념사진실은 청계천을 배경으로 사진을 합성해준다. 1000원인가면 뽑아주는 거 같은데 저렇게 합성질하느니 그냥 좀 걸어가서 직접 찍겠네요 나라면. 이라고 해놓고 나도 이쁜 청계천 배경 골라서 디카로 내 화면 찍고 나옴. 인증은 물음표로 자방. 물고기사진은, 고기를 골라서 이름을 붙여주면 옆에 있는 화면어장에 내 이름의 물고기가 풀린다. 이것도 좋다고 또 체험했다. 저기 내 물고기 27 ㅋㅋ
청계천은 예전 고가가 있을 때부터 참 많이 다녔고 다니고 있고, 내 직접적인 밥줄이 연결되어 있는데. 그래서 이건 거대하게가 아니라 작게 접근할 수 밖에 없는 문제다. 나에겐... 복잡한 문제...
자. 드디어 구보전. 생각보다 규모는 작았지만 의외의 성과가 있었다. 가만히 전시물을 보고 있으니까 어떤 분이 다가와서 인사를 했는데 알고보니 그 분은 구보씨의 둘째 아드님. 그 분에게 무려 일대일 가이드..도 아니고 그냥 강연을 들은 듯. 마침 그때 사람이 나 뿐이라 이런 영광을! 깜짝 놀라서 나는 '그..그럼 보..봉준호감독님의???' 어버거리기도 했지.
천변풍경의 책. 이런 저런 얘기와 비화를 많이 말씀해주셨는데 내 자신이 너무 무식해서, 부끄러워서 너무 민망했던 순간이었다. 아, 책 좀 읽어야지. 그래도 저 사진은 봤었는데. '근대의 스피드'에 관한 발표를 한 적이 있었는데 그때 저기 시계 좀 보시라며 저 사진을 보여줬던 거 같기도.
대모테안경과 갑빠머리! 젊었을 때의 그 사지은 익숙한데, 그래서 봉감독 닮았다고 맨날 생각했는데 노년의 사진은 아무래도 낯설다. 모던보이의 상징으로 남아서 그런가. 그 유행을 선도하던 모던보이도 늙으면 그냥 할배라지. 가끔 그런 생각을 했다. 박제가 되어버린 존재들. 요절. 그 드라마틱. 살아있는 전설. 살아있는 역사. 그 사람들은 자신이 청춘일 때 쓴 그 치기어린 작품들을 어떻게 인식할까 라는 궁금증...
예전에 이런 생각을 했던 것 같다. '월북을 했다고? 그럼 남아있는 자식들은 아버지를 원망하지 않을까..?' 라는. 엄마에게 난 그럴 거 같아. 라고 말을 했더니 어머님께서는 '그럴 시기는 지났겠지' 라고 말씀을 하셨다. 아. 그렇구나. 나는 고개를 끄덕거렸다.
자랑스러움. 자부심. 난 그분과 대화를 나누는 길지 않았던 그 시간, 충분히 느낄 수 있었다. 물도 주시고, 사진도 찍어주시고 방문자체를 '고마운' 마음으로 맞아주시는 것 같다. 가벼운 마음으로 구경을 하러 간건데 황송한 대접을 받고 왔다. 그리고 교실에서, 책에서 읽었던 것보다 나가서 직접 보고 들으니까 내 스스로가 얼마나 ㅄ같고 띨띨한 인간인지, 이터넷세상에서 갇혀 지내는 게 얼마나 또라이같은 삽질인지 새삼 실감했다. 역시 사람은 밖으로 나가야 하는거다. 은톨이짓 이제 그만.
제기동에서 종각까지 청계천을 따라 걸었다. 집에 오는 길엔 간만에 버스를 탔는데 노래 막 스킵하고 있다가 들려오는 그 음성, '다음 역은 청계천문화관임미다' 그러니까 난 삽질을 한거다...163 버스, 저기 지나가요 여러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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