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송미술관 - 타이밍. ~2009

다녀왔습니다. 이번엔 놓치지 않았어요.

겸제 정선 특별전. 몇 점을 제외하고 정말 대다수가 정선의 작품이었다. 내가 간송미술관의 존재를 알게 된 것은 역시나 작년 바화의 영향. 드라마가 방영되기에 앞서 원작을 읽었는데 그때 그림들의 소장지가 '간송'이라 표기가 되어 위치도 근처겠다 가봐야지 생각을 했었는데 10월 전시는 사람이 많다는 얘기에 결국 가지 못하고 5월 전시를 기약했었지. 허나 지나간 짜장면은 돌아오지 않고. 네. 그 그림들이 아니네효. 타이틀이 바꼈는데 거기서 혜원과 단원을 찾으면 ㅄ인거지. 각각 한 작품씩 있었는데 모두 산수화. 정선을 중심으로 그에 영향을 받은 작품들을 전시하고 있었다. 화려한 색감과 파격적인 소재를 주로 그린 신윤복이 저런 무난한! 작품도 그렸었구나 하며 2층 좌측의 구석에서 한참을 구경했다.

디카를 놓고가서 오늘의 사진은 뤌리팝 제공.

한성대입구 5번 출구. 쭉.
이것만 알고 가서 걷다가 뭔가 있어 보이는 골목으로 들어갔더니 저런 문화재가 있었다. 득템한 기분으로 구경. 그 유명한 '무량수전 배흘림기둥~'의 저자 최순우 옛집. 저 책을 읽은 것 같기도 아닌 것 같기도. 기억이 가물가물. 나도 닭장 말고 저런 집에 살고 싶다. 엄마와 언제나 말하는 거. 삼순이네 집처럼 마당이 있는 집에 살고 싶다는 거. 옛 집을 보존하고 전통을 살려 지었으면 좋겠는데 현실은 뭐 심시티니.  
계속 길을 걸어. 영화 속 배경 같은 계단 길도 지나.
높은 지대의 동네가 왠지 낯이 익어서 생각을 해보니 중딩때 그 근처에 있는 동구여상을 견학했던 기억이 났다.
아. 그게 벌써 3년 전..^^은 개뿔. 밀레니엄 즈음 T_T ㅋㅋㅋㅋ 시간 참 열라 빠르네.
골목을 벗어나니 서울성곽이 보이기에 쪼리에, 가방에 책 잔뜩 들고 등산 한바퀴. 풍경을 바라보니 '아. 저쪽이 부촌이구나.' 눈에 딱 들어오더라. 멀리서 보기에도 으리으리한 집들이 잔뜩. 어찌나 지대가 높은지 20층 아파트가 50층 아파트로 보이는 현상까지. 마지막 사진에서 보이는 학교 옆이 간송미술관이었다. 초교 옆이라는 소식도 모르고 헤맸으니. 내 케세라 버릇에 고생을 할 때도 많지만 이렇게 해서 발견하면 더 뿌듯하니까. 라고 귀차니즘을 방어해봅니다.

이어서... 
보시려면 클릭. ↓



성북초 옆. 손으로 쓴 저 안내가 딱 실내 분위기와도 맞는 게 '간송미술관답다'고 느껴진다. 허름하다는 건 들어서 알고 있었지만 그렇게나 허름할 줄이야. 낡은 유리창 너머로 단출하게 전시되어 있는 그림들. 코앞에서 본 것은 좋았지만 과연 보관은 잘 되고 있는 걸까. 사진 금지 문구에도 불구하고 사진 찍으시는 인간들도 있었고. 공짜 전시회에 미안한 감정이 드는 것도 참 낯선 감정. 입구와 복도에는 온갖 개인과 단체에서 보내 온 화환들이 잔뜩.  
도도한 백공작님...포토제닉을 위해 날개 좀 펴달라고 감히 여쭤봤지만 팽.   

내가 갔던 시간이 1시 정도였을까. 사람은 뭐 그냥저냥. 1층은 살짝 붐비는 수준이었고 2층은 수첩 들고 왔다갔다거리는 소수의 학생들이 빠지고 난 뒤는 널널해서 쾌적한 관람 환경. 작년 사진을 보니까 길거리까지 줄 쫙 서있고 난리라 살짝 겁먹었는데 다행이었다. 

아는 만큼 보인다고 하지 않는가? 그랬다. 난 아는 게 없었다. 낯익은 정선의 작품은 금강전도, 인왕제색도 정도인데 이 작품들은 여기 없었으니까. 작년 말, 예술철학 교양에서 난 한국의 회화를 주제로 발표를 했었을 때 정선은 위 두 작품만 살펴보고 혜원과 단원을 비교하는 형식으로 발표를 했었는데 지금 생각하면 살짝 아쉽고나. 그때 뭐라고 했었더라. 원형의 구조와 음양오행 어쩌구저쩌구 애들 앞에서 아는 '척' 뻥을 마구 깠던 거 같은데. 그때 이비에스 다큐프라임에서 그림을 해석하는 것을 보고 정말 '아는 만큼 보이는구나. 그림 해석하는 거 참 재밌네' 라 생각했었는데. 좀 공부라도 하고 갈 걸.

대충 맘에 들었던 작품들의 이름을 적어봤는데 아무래도 난 흑색보단 은은한 색이 좀 있는 거. 빽빽한 거 보단 여백이 있는 게 취향인 듯. 색 하면 혜원이고 여백하면 단원. 흑흑. 타이밍. 10월엔 꼭...
정선 - 총석정. 방금 실제 풍경 사진을 봤는데 정말 '그림 같고나'
정선 - 망양정. 여긴 울진이구나.
김홍도가 그린 그림도 있네. 그 쪽이 부드러운 게, 서정적이고 아련한 느낌이라 맘에 든다.
정선 - 단사범주.
아. 이래서 그림을 실제로 봐야 하나보다. 웹으로 보면 저 배 위 사람들의 놀라운 디테일을 볼 수 없다. 크기가 크지 않다. 정말 손톱만큼 작은 형체였다. 한참을 뚫어져라 감상하고 그저 감탄. 가장 맘에 들었던 작품.
이건 심사정- 삼일포. 색감이 맘에 들었다. 은은한 푸리딩딩. 이것도 실제 사진을 보니까 풍경이 쥑이는구나. 관동팔경이란 과연 옛 할배들이 찬양을 하며 그림을 짓고 시를 쓰고, 관동별곡이 술술 나올 만 해.  

그림들을 구경하니 동자 하나는 뒤 따르고, 한 사람이 팔 벌리며 다른 한 사람에게 풍경을 소개하는 듯 한 포즈가 많이 보이더라. 진경산수화. 과연 실제 풍경과 그림을 비교해서 보니 비교하는 맛도 있고 나도 가보고 싶다는 마음도 들고. 상황 위주의 풍속화도 참 재밌지만 산수화도 꽤 재밌었다. 허세 부리기에 좋잖아~ㅋㅋ. 그나저나 그림을 구경하고 있는데 문득 다슬이 심화백이 생각이 나던 건 뭔지 ㅋㅋㅋ예전에 모 사이트에서 '방구석에나 쳐박혀 소나무 그리고 있는 심화백' 이라는 댓글이 생각나서 혼자 쪼갰다.

이 작품의 프린트가 만원에 팔고 있어서 사고 싶었지만 맥칙힌 먹고 나니 지갑에 남은 돈이 삼천원. 미인도는 삼만원.
편의점에서 산 천냥짜리 아이스 카푸치노. 요고 꽤 괜찮던데. 공짜로 문화생활도 했겠다 커피를 쪽쪽 빨아먹으며 룰루랄라 신나하고 있다가 길상사를 찾아 들어간 길. 여긴 김수현의 작품에서나 보던 '성북동입니다'의 그 동네가 아니신가. 아주 그냥 대문들이. 나 커피 마셔서 이천 원밖에 없는데. 교통카드는 오백 원밖에 없어서 환승이 필요한 집에 가려면 돈 다 털어야 하는데. 내가 좋아하는 그 시가 생각났다.

참. 나의 가난은....
오늘 하루를 다소 행복했다고 생각한 것은
공짜로 옛 그림을 보고 왔다는 것.
오늘 하루가 다소 서럽다고 생각한 것은
돈이 없으니까 젠장. ^.T

스스로의 만족과 행복은 절대적으로 생각해야 한다고 항상 다짐하면서도 그게 안 되니까 괴로운 거다.
타인과 비교하는 순간 끝장인데.
바닥에 있던 정향.이가 아니라 단오풍정의 타일. 타이밍 놓친 게 역시 아쉽구나. 언제 또 신윤복 특별전이 열릴까. 그땐 꼭 가야지

길상사는 결국 가지 못했다. 주변에 이태준의 집이 있다는 것도 깜빡했다. 10월에 몰아서 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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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위선 2009/05/31 23:19 # 답글

    아 간송 ㅠㅠ 왕년 선거일에 그 옆에 초등학교 한바퀴 돌아서 까지 줄을 섰던 기억이 있네요. 간송은 일년에 두번여나.. 그래서 사람이 정말 많죠. 저번에 서울살때는 갔었는데 ㅠㅠ 이번엔 가보지도 못했군요. 간송이 허름하기는 해도 우리나라 최초로 대리석 깐 신식건물이라능 ㅋㅋ 국박에서 보조 들어간닥 했는데 그럼 국보와 보물 다 뺏기니깐 그냥 돌리고 있죠. 거기 학예실장이신 분 강연 함 들어봤었는데.. 사실 그 사람보다는 그 아래 제자가 머리 허옇게 되서는 실장님 보좌하는데 간송은 진정 독특한 곳이다..라고 생각했드랬죵. 못 봐서 슬프네용 ㅜㅜ 거기 돈까스랑 국수집 짱인뎃 다음에 함 가보시길..
  • nB27 2009/06/01 01:11 #

    아. 바로 옆에 성북초가 있더라구요. 그걸 모르고 가서 찾기가 좀 힘들었는데. 제가 갔을때는 사람이 별로 없었어요. 작년엔 무지 많았다는 얘기에 결국 포기했었는데 신윤복 그림을 보지 못해 무진장 아쉽네요. 저도 바화에 낚여서, 닷냥에 낚여서 꼭 보고 싶었거든요 ㅋㅋ 대리석에 신식건물이라 ㅋㅋㅋ 보존이 저같은 무지랭이가 보기에도 잘 되지 않는 거 같아서 공짜로 관람을 하기가 죄송한 마음이 들더라구요. 그 자부심과 도도함이 느껴지기도 했고. 올 10월에도 꼭 가야겠어요. 이때도 사람이 없으면 좋으련만 ㅎㅎㅎ 돈까스와 국수집이라 ㅋㅋㅋㅋ중요체크 해놓을게요. 감사합니다 좋은 의견과 제보주셔서 ^.^
  • multilady 2009/06/02 10:33 # 삭제 답글

    작년10월 전시회 못가서 5월엔 꼬옥 가리라 다짐을 했건만 이미술관 저박물관 기웃거리다 또놓쳐버려 넘아쉬웠는데..아! 님의 블로그는 내가 왜 놓쳤는지 또 한번 절망하게 만들었답니다. 또 한편 아쉬운 마음 달래주기도 하였구요. ㅋㅋ 감사! 감사! 10월엔 이아쉬움을 달래려 두번 가리라 다짐을 해봅니당!ㅋㅋㅋ
  • nB27 2009/06/02 14:38 #

    댓글 남겨주셔서 저도 감사합니다.
    1년에 4주. 제한이 되어 있기에 안달하게 만들고 가야겠다고 다짐을 하게 만드는 게 아닐까..싶어요. 갔다와서 뿌듯하기도 하고 좋더라구요. '5월' 전시를 봤다는 생각에. 저도 10월에도 꼭 가려구요. 신윤복의 그림이 다시 언제 할 지는 모르겠지만 시기 놓치면 안되겠다 마음이 들었던 전시였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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